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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협회 이철구 이사장 탁계석 평론가와의 인터뷰
한국 평론계의 대부 탁계석
양평 '모지선 K클래식을 그리다'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한 탁계석 평론가

평론(논평이나 비평)은 남의 작품을 정의하고 그 가치를 분석하며 판단하는 것이기에 평론가는 두 눈을 가리고 양손에 저울과 칼을 든 테미스가 의미하는 것처럼, 공정한 판단을 의미하는 저울과 허구와 거짓으로부터 단호하게 사실을 잘라낸다는 칼의 의미를 평생 마음에 품지 않고는 그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비평가가 한길을, 그것도 평생을 올곧이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고 걸어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오늘 초대한 평론가 탁계석 선생이 한국음악평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편집자 주-

이철구 이사장: 탁계석 선생님의 요즘 근황을 들려주십시오

탁계석 평론가: 최근의 작업들은 음악가의 진로 개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창작을 어떻게 만들어 유통시켜야 하는가의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음악가들이 방향을 잘 설정해야 고생을 덜하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요. 또 대학 강사 문이 좁아지고 있으니까 블루오션을 찾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죠. 작은 공간을 활용해 반경을 넓히라고 말합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 작곡가의 창작을 한층 깊이 끌어내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이죠. 작품이 만들어진 후엔 유통과 생존에 다각적인 연구를 해야 합니다. 작품은 생산이 됐는데 판로가 없으면 악보는 책상서랍에 갇히게 됩니다. 그렇다고 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다른 하나는 내년이 한국오페라 70주년이예요. 우리 오페라 정체성과 대중 확대가 이뤄져야 종사자들이 성장할 수 있기에 기념사업회를 도와 일하고 있습니다. 70주년이 변화의 타이밍이 되어야 하고, 좋은 시스템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 탁 선생님하면 평론가를 연상하게 됩니다. 어떤 계기로 평론을 시작하셨습니까?

탁: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해인 1978년에 서울시립합창단에 입단했어요.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함으로써 황금기의 세계적인 음악가 내한공연을 원도 없이 보았죠. 이후 클래식 메카인 성음레코드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라이센스 출반과‘레코드음악’이란 잡지를 만들면서 월간음악. 객석, 음악동아 등 관련성이 많아 자연스럽게 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유신, 김형주, 안동림, 신동헌, 이순렬, 이남진, 문일근, 김영식, 김진묵 평론가등 관계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혈기 왕성한 때라 날카로운 글도 많이 섰고, 고소한다 어쩐다하는 사건도 있었어요.

성음에서 5년쯤 있다가 다시 나와서 독립적인 평론 활동을 시작 했는데, 90년대 초반부터 조선, 동아, 중앙일보를 비롯해 전 매체와 TV 등 매스컴에 많은 글을 썼고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또 음악협회 이사장에 백낙호 원로 교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하게 만류 하면서 그 공(功?)으로 부이사장을 했어요. 이 때가 41살이었으니 파격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웃음) 이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문화저널 21 논설주간, 월드코리안신문, 음악교육신문, 근자의 웰빙코리아뉴스. 서울문화투데이, 더무브 등 매체에 죽도록 열심히 썼으니 평론가란 이름이 나름대로 각인된 것 같습니다.

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이사장)

이: 탁 선생님의 그동안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탁: 저의 활동은 크게 평론, 문화정책, 대본작가의 세 역할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의 가장 큰 작업은 세종문화회관법인화를 주도해서 성공시킨 것이죠. 방만한 경영의 관제(官制)시스템을 법인화로 바꾼 최초의 일로 오늘날 전국 공연장 법인화에 견인 역할을 한 겁니다. 시인 조병화선생님이 위원장을 맡고 유민영, 이종덕 사장 등이 멤버였는데 제가 간사를 맡아서 밀어 붙였죠.

또 KBS 방송의 ‘열린음악회’ 세미나를 개최해 비판함으로써 도하 신문에 도배가 되다 시피했었죠. 이후에도 97년 ‘공연장 및 예술단체의 합리적인 운영’, 98년 ‘IMF 문화극복 방안’, ‘문예진흥원 구조 개선안 발표’,‘문화예술기관 및 국, 공립 예술단체 평가제 도입’ 등 굵직한 현안주제에 토론회를 열어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유인촌 장관 때는 문화부 산하예술기관 평가위원으로 일했죠. 시인 천상병 추모 콘서트를 했고, '가을의 시 가을의 음악’이란 타이틀로 장르 결합형 콘서트도 많이 했습니다. 1997년 IMF 때 아버지합창단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23개 정도로 확산되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어떤 계기로 음악을 전공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십시오.

탁: 부산에서 고등학교 까지 다니다 72년도에 경희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어요. 고등학교 시절 밴드브에서 바리톤이란 관악기를 조금 불었어요. 이 때 음악선생님이 성악을 해보라고 권유해서 졸업한 후 1년쯤 쉬면서 당시 대전에 계셨던 테너 박홍조 선생님께 배웠어요, 졸업하는 해에 시립합창단이 창단되어 입단했는데 이후엔 성음레코드에 들어갔고, 평론가란 평생의 비정규직(?) 직장으로 바꾸어 준 겁니다.


이: k-Classic을 주창하셨는데, 그 이유와 오늘의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현황과 어떤 방향으로 음악계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탁: K-클래식은 당시 주목을 받던 k-pop을 벤치마킹해서 대항마 하나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폭발적인 대중성의 팝이니까 얹혀서 가면 용어 설명도 쉽고, 확장성도 있을 것이란데 착안한 것입니다. 우리가 서양클래식으로 콩쿠르를 많이 따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것은 한계가 많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서양 레퍼토리에 우리 것, 즉 K- 클래식 메뉴를 내놓으면 그 사람들 분명히 자기네 것보다 우리 것을 더 좋아할 것입니다.

이태리 사람들 초청해 스파게티나 피자 내놓는 것 보다 빈대떡으로 대접하자는 것이고, 프랑스 사람 앞에서 와인 내놓기보다 손가락 휘휘 져어서 마시는 막걸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이게 문화이고, 고유성의 문화라야 상품이 되는 겁니다. 남의 것 아무리 잘해도 편견의 시각을 교정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찬연한 우리 문화의 뿌리가 유럽에 눌리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문제는 자(自)문화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부족하니까 자신감이 없다는 겁니다. ‘테크닉’하나로 세상 사람들 감동을 주면서 설득하는 게 쉽겠습니까, 그만큼 배웠으면 이제 우리 것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K-클래식을 통해 오늘의 한국음악을 만들고자 합니다. 국악, 양악이 분리된 상황이 계속되기보다 융합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2012년 10월 양평뮤직페스티벌에서 모지선 작가의 월드브릿지오브컬처와 임동창 저와 셋이서 출발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칸타타‘송 오브 아리랑’과 ‘한강 칸타타’와 같은 경쟁력의 문화상품도 확보해 지금 잘나가는 편입니다.

아리랑은 스페인 마드리드 밀레니엄합창단(지휘::임재식)이 외국인 합창으로 공연하여 확산의 큰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난 9월 2일엔 호주 퀸즈랜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요. 한강 칸타타 역시 2011년 세종문화관에서 초연하고, 지난해엔 재공연을 하다가 그냥 지휘자가 쓰러져 콘서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젓줄인 한강이 그러하듯 면면히 흘러갈 겁니다. 올 9월 21일에 안양시립합창단(지휘:이상길)이 창단 30주년에, 11월 30일에는 춘천시립합창단(지휘:임창은)이 강릉시립과 함께 연주를 합니다.

이: 음악계의 원로로서 한국음악협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탁: 정부의 정책에서 순수예술이나 창작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지를 위해 늘 관심을 환기 시켜야합니다. 이점에서 한국음악협회가 새로운 이사장 시스템하에서 정책 다변화를 모색해 시장을 넓혀 주었으면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브라인드 채용 등 학력에서 벗어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대학도 박사 등 고학력을 요구하기보다 능력 중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면 스펙 쌓는 것으로 인한 물적, 시간의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 젊은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최고입니다. 이들이 멀티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음악가들도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음악의 날개로 어디든 못 날아갈 이유가 없으니 무한한 꿈과 이상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협회가 중심이 되어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소개와 비평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탁: 평론가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일반 사업체와 같은 운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조직적인 체계가 많이 취약합니다. 여러 평론 협회에서 활동했고, 이제는 제가하던 90년대 21세기문화광장이 10년차가 되었을 때 예술비평가협회로 개명(改名)을 했습니다. 고정 회원제가 아닌 오픈 방식으로 프로젝트 중심입니다. 기존 아날로그 매체에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으로 옮기는 추세이고, 새 젊은 평론가들이 많이 활동하니 기쁩니다.

비평은 ‘저울과 거울’의 기능입니다. 어느 것도 기준점이 무너지거나 왜곡되면 비틀어진 현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그것이 붕괴를 가져옵니다. 눈금을 속인 저울, 얼굴 착시(錯視)가 나타나는 거울을 가진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까요. 비평이 돈도 왕창 벌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그것은 소금이 밥이 되는 세상이 오는 것과 같겠죠. 이것이 비평입니다.

호주 브리즈번 시의 QPAC(퀸즈랜드퍼포밍아트센터)에서 퀸즈랜드코리안오케스트라가 '송 오브 아리랑'을 공연하는 모습.

 이: 요즘 많은 음악대본과 가사를 쓰시는데 어떻게 음악 대본을 쓰시게 되셨는지. 그동안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탁: 이순신 탄신 기념 KBS 열린음악회 (2005년 5월1일)에 부를 애국적인 노래가 필요하다며 임준희 작곡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어요,‘독도의 노래’를 하루 만에 작사하고, 이튿날 곡이 완성되어 순천향 대학에서 불려졌어요. 일전에 가평미술관 음악회에서 만나 명함을 건넸던 임 작곡가가 보내 온 CD를 여러 번 들은 결론이 ‘이거 뭐가 되겠네!’ 였어요,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면서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성음은 ‘평론가’를 만들었고, 작곡가는 저를‘대본가’로 인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소나기, ‘메밀꽃 필 무렵,‘도깨비 동물원’, 관현악 합창 ‘비바 아리랑’, ‘오래된 정원’. 新오우가’된장, 간장, 김치의 한류음식 노래 등 가곡 40편에 음악극 ‘피아노 소풍’이 만들어졌죠. 이중에서 서울시합창단 위촉의 임준희 작곡 ‘한강 칸타타’와 국립합창단 위촉‘ 송 오브 아리랑’이 가장 떴습니다.

2015년엔 광복 70주년을 맞아 100명의 작곡가와 100명의 연주가가 이혜경 교수의 Piano ON과 전국 피아노 투어를 했지요. 올해 11월엔 ‘미스킴(박영란 작곡)’오페라를 출산할 예정입니다. 창작도 이제는 실험에서 벗어나 완성을 향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아 작업을 함께 못한 작곡가들에게도 K-클래식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창작에 대한 토론이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저는 작품의 세계화를 위한 네트워크에 열중하면서 우리 칸타타나 오페라가 최고의 극장에 오를 완성도의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K- 클래식 콘서바토리’를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악, 양악을 동시에 배우는 교육과정입니다. 한국 클래식의 방향입니다.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도입기, 성장기를 거쳐 진정한 자기 것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 정부가 의욕있게 출발하는 만큼 과거의 적폐를 씻어내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화정책이 나올 것을 기대합니다.

아직 원로는 아닌 것 같은데 지하철에서 일어나 배려하는 앞에서 조금씩 세월을 느낍니다. 남은 시간 창작자, 연주가가 팀웍이 되어 창작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면초대 감사합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성음레코드사에 입사하여 [레코드음악]이란 잡지를 만들면서 월간음악,객석, 음악동아 등에서 평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누구보다 날카로운 글로 주목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90년대 초반 부터는 조선, 동아, 중앙일보를 비롯해 전 매체와 TV 등 매스컴에 많은 글을 썼다, 이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문화저널21 논설주간, 월드코리안신문, 음악교육신문, 근자의 웰빙코리아뉴스, 서울문화투데이, 더무브 등에서 활동하면서, 현재 한국예술비평가회장과 K-클래식 회장, 그리고 오페라 대본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음악협회 발행 '음악예술' 여름호(vol32)에 실린 기사로 탁계석 평론가 승인으로 본지에 올린 기사입니다.)

탁계석 평론가 musictak@hanmail.net/웰빙코리아뉴스(www.wbk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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