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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칼럼] 이제, 우리 음악을 살리는 만큼 나라가 발전한다
옷보다 더 중요한 우리 얼을 입힌 돈 지오반니 오페라
[웰빙코리아뉴스] 임규태 기자 =

 며칠전 돈 지오반니를 감상했습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창단 10주년 무대입니다. 돈지오반니는 18세기 중엽 이후의 귀족들의 세태를 풍자하는 모차르트 작품이지만 어쩐 일인지 무대장치는 기와지붕 달랑 하나였습니다. 그것도 극이 끝날 때까지 그 기와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의상 또한 예상을 깨는 파격이었습니다. 돈지오반니 혼자 붉은 욕정을 상징하듯 빨간 재킷을 걸쳤을 뿐 돈나 안나, 레포렐로를 비롯 모든 출연진들이 조선시대 한복 차림입니다. 기이한 오페라입니다.

그러나 돈 지오반니의상징성을 이해한다면 고개가 금세 끄덕여집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가1787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래 230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얻고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이미 100여년전부터 유럽에 회자하던 스토리입니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말하는 설화의원형, 즉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일종의 호색한(好色漢) ‘프로토타입’입니다. 돈 지오반니는 스페인에서는‘돈 후안’, 중국에서는 ‘돈황’, 프랑스에서는 ‘동 쥐앙’ 등으로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나라에 널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태리오페라를 우리나라이야기로 전환했다고 해서 하등의 이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한복, 기와, 망건, 벙거지, 재킷 등시대를 초월한 우리나라의 복장이 등장하고, 주인공 역시 현대의 바람둥이와 조선시대의 순박한 아녀자와 하녀, 양반집 규수가 등장하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우리 오페라’를 본 듯한 느낌입니다.

기와는 세도(勢道) 등등한 양반집을 상징하지만 기와를 한꺼풀벗기면 양반의 실체가 열립니다. 알량한 꼬드김으로 여자를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추잡한 양반의 모습이드러납니다. 그 꼴을 보고 있지만 겸재 정선이 남근(男根)과 여곡(女谷)을 상징해 그린 ‘어촌도’(漁村圖)나 관폭도(觀瀑圖), 기생집에서 양반들이 왈패들처럼 술을 퍼잡수시고 기생 앞에서 추태를 부리는 신윤복의 ‘유곽쟁웅’(遊廓爭雄)을 떠올리게 하는 오페라입니다. 말그대로 재미가 온몸을 무젖는 일탈휘지(一脫揮之)의 오페라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세도가들의 행태를 상징하는 이 오페라는 ‘노래는 이태리 노래 그대로되내용은 한국적인’ 참 괜찮은 오페라입니다. 이번 호 특별인터뷰로 모신 이영조 선생이 말한 바, ‘그릇은 서양이지만 내용은 우리 얼을 담아야 한다’는 말씀과도 상통합니다.

우리 음악계아Q같은 음악가들 많아

요즘 창작오페라를 비롯, 우리 얼을 담는 작품들이 제법 고개를 들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우리 문화예술계가 ‘우리 얼과 깐’을 도외시하는 현상을 볼 때마다 루쉰의 소설 ‘아Q정전’(阿Q正傳)의 주인공이 떠오릅니다.

자기보다 약한 이웃은 한없이 무시하지만 힘있는 건달들에게 얻어터질 때는‘나는 버러지니까살려달라’고 굴종하며 풀려나곤 합니다. 풀려나면 영락없이 껄껄 웃는 ‘아Q’. “나는자기경멸의 일인자야. 여기서 자기경멸만 빼면 ‘일인자’잖아. 하하하.”

늘 이런 식으로 합리화하는 그근간에는 그만의 벙어기제가 있습니다. 건달들에게는 패배하지만 나는 정신적으로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정신승리법’. 힘있는 자들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아Q는 어느날, 동네 지주를 약탈한 폭도로 오인받아 사형을 당합니다. 중국이름 석자쓸 줄 모르는 그가 사형집행서류에 서명을 할 때 간수가 그냥그리라는 ‘동그라미’를 제 죽는 줄도 모르고 그립니다. 내가누구인지, 내 주장을 펼칠 수없을 때 비참한 종말을 맞습니다.

우리 음악도 그 꼴로 살고 있는 것은아닌지 뒤돌아봅니다. 베네수엘라의 교향악단들은 연주할 때마다자국 작곡가의 창작곡을 프로그램에 반드시 넣는다고 합니다. 아Q가 되기를 원치 않는 까닭입니다. 루쉰의 조국 ‘중국’은 어떤가요? 해외에서 중국인들이 콩쿠르를 진출하거나 작곡발표회를 할 때는 반드시 자국의 리듬과 선율이 깃든 작품을 연주합니다. 아시아 클래식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는 클래식 역사가한참 뒤진 중국만도 못한 것인가요?

우리 가락 담긴 우리 음악이 공연장을 지배해야

국내는 모르거니와 해외에 진출하면 세계음악계가 어떤 모양새로 흘러가는지 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 나라의 음악을 연주해달라’는 주문이 많습니다. 그럴때에야 해외 연주자들이 서둘러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을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락과 얼이 녹아있는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운좋게 찾는다 해도 서양무대에서는 ‘그것은파가니니, 쇼팽을흉내낸 것으로 보인다’며 핀잔을 듣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리게티나 쇤베르크 같은무조음악 투성입니다. 분명히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창작한 곡이건만 외국작곡가 흉내를 척척하게 낸 것이지요. 유럽에서는 한때 성행했지만 지금은 시들어진 작곡법인데, 그 당시 주류를 이루던 무조음악만 아직까지 표방하는 ‘아Q’ 같은 작곡가들이 아직도 지천에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성악음악회를 가보면 그래도예전에 비해 우리 가곡 작품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곡이라고는 하지만 화성이나 가락이 우리 것이 아닙니다. 그런 작품들이 우리가곡인양 무대를 장악하고 있죠. 누구랄 것도 없겠습니다. 진정 우리창작가곡이 아쉽기만 합니다.

‘음악이 곧그 나라의 흥망을 좌우한다’는사실을 위정자들부터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70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위해 주루루 참석했지만 ‘장정숙’ 의원만 제외하고 여우걸음을 치며 조용히 빠져나가시더군요. 이분들은 축사할 때마다 ‘저는음악을 잘 모릅니다’로 시작합니다. 그러면 앉아서 배우거나 오페라 동향 한 조각이라도알아야 하는데 그냥 나갑니다. 이래서는 안되겠죠. 그 분들이 음악을 알아야 예산을 편성할때 꼼꼼히 점검하고 우리 음악에 투자를 하라고 지시를 할 게 아닌가요?

일본의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1만6천개나 된다는데 우리는 1000개도 안 되는 빈약한 나라입니다. 클래식 종주국이라 허세만 부릴 뿐 말짱 거짓말일지 모릅니다. 몽고같은 열악한 나라도 대형 오페라하우스가 네 개나 됩니다. 상주단원은 한 오페라하우스 당 500명이 넘고 사무국 직원만 30여명이라고 하죠. 우리나라국,시립오페라 직원이 통틀어 10명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화음을맞춰 연주할 수 있는 음악, 함께 부를 수 있는 음악이 부흥할 때 그 나라의 생명이 불타오릅니다. 왜 일본과 러시아와 중국이 비록 서양음악의 그릇은 빌렸더라도 자국 음악을 감람나무에서 올리브기름을 짜듯 으깨어 넣는지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아Q’ 같은 위정자들이니 창작이 뭔지 알게 뭐겠습니까?

장관바뀌어도 달라지는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음악계가 절망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요즘젊은 작곡가들 정말 의식 있는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참 다행입니다. 바라기는 그런젊은 창작 작곡가들과 의식 있는 음악가들이 진보적, 진취적으로 나라와 민족의 음악자존심을 살리고자 할 때이번 정부라도 그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하고싶습니다. 문체부장관이 새로 바뀐 지 오래되었는데 음악계는 변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2018년이 다가옵니다. 달라질 것을 기대합니다.
                                                                               -뮤직 리뷰 발행인 김종섭-

오페라 70주년 기념 포럼

임규태 기자 cenews1@daum.net/웰빙코리아뉴스(www.wbk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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