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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4작품 성공으로 대본작가 반열에 오른 탁계석 평론가
좋은 작품 만드는 秘法(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어요?
[웰빙코리아뉴스] 임규태 기자기자 =
사진: 국립합창단 제공

지난 27일 예술의전당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는 열기로 가득했다. 탱고 미사와 창작 ‘달의 춤’과 ‘조국의 혼’이 제 1부와 제 2부로 나뉘어서 공연되는 콘서트였다. 세계적인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과 한국 초연 곡에 어떻게 청중이 반응하는가가 관전 포인터가 될 수 있었다. 관객 반응에서 우리 작품의 완승이었다. 대본가인 탁계석 평론가를 만났다 <편집부>


임규태: 외국 작품과 한국 작품이 品評(품평)을 받는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작가로서 공연을 보기 전에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요.

탁계석: 이 경우 청중의 ‘비교 감상’ 반응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죠. 청중은 순간 순간, 즉각적이고도 진솔한 반응을 하는데 ‘정서’와 ‘소통’이 핵심입니다. 즐겁고, 아름답고, 신나고, 슬프고. 젖어드는 것 등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어울어진 것을 종합적으로 분별하는 힘이 청중에겐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품은 청중 반응에서 결론이 나는 것입니다.

잘하면 우리 작품에 대한 청중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았는데요, 탱고 미사는 반도네온 악기를 앞장 세워 그들의 전통을 잘 녹인 세련된 작품성이었어요, 그러나 언어와 정서 때문에 청중을 휘어잡는 수준에 이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위촉 작품만 살아남은 것에서 해답이...

임: 그간 쓴 대본 작품들이 모두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성공한 것 같습니다. 임준희 작곡가의 ‘칸타타 한강’, ‘송 오브 아리랑’, 그리고 이번 우효원 작곡가의 칸타타‘달의 춤’과 오병희 작곡가의 ‘조국의 혼’. 모두 4작품의 칸타타 대본을 쓴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은데요. 대본작가로 우뚝 선 것 같습니다. 秘法(비법)이 무엇인지요. (웃음)

탁:‘한강’은 서울시합창단 위촉이고 ‘송 오브 아리랑’과 이번 두 작품을 합해 모두 3 작품은 국립합창단 위촉이니 작품이 계속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무엇보다 국립합창단의 퀄리티가 높아 시너지 효과가난 것 같습니다.

임: 흔희들 창작은 일회성이고, 성공 확률이 매우 낮아 공공 예술에서 창작을 하는 것에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지원기관 역시 심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실험성 작품을 벗어나 레퍼토리로 정착하고, 완성도를 끌어내는 것의 중요 원인이 무엇일까요.

탁: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잖아요. 그렇듯이 결국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작품을 만드는 겁니다. 그 눈이 없으면 작가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찾아도 힘든데, 공모해서 내라고 하면 진정한 자존심의 작가, 역량의 작가는 출품을 하지 않죠. 신인들이야 기회가 필요하니까 내겠지만 작가 반열에 오른 권위의 작가들이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모전에서 성공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죠. 작품성이 쓸만하다 해도 이게 상품적 가치와는 또 별개의 문제이거든요.

 한 마리에 수십억 하는 말을 공동 심사로 사지 않습니다. 미술 작품도 공동으로 구매하지 않죠. 책임이나 공정성 때문에 심사형식을 빌어서 하고 주최 측은 빠집니다. 1~2 시간 서류나 악보에 의해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 각자의 개성이 다른 사람이 모여 심사하다보면 결국 숫자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거죠. 그 수가 많아질수록 작품의 質(질)은 떨어진다고 보면 어떨까요. 확대하면 일종의 포퓰리즘인데 예술에서는 바로 민중 예술 아닙니까.
해방 이후 지금껏 국, 공립 오페라단과 교향악단이 어떤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곡간을 한번 뒤져 보면 알아요. 너무 안타까운 것은 수십 년을 시행착오 하고서도 아직도 그 관행에 묶여 풀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만큼 인식과 시각에 변화가 없어요.

임: 예술과 행정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틀 벗어나는게 쉬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목이 작품을 만드는 것의 전부죠

탁: 그렇다고 공모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신인이거나 가려진 곳에서 어떤 탁월성이 튀어 나올지 모르니까 가능성은 열어 두어야죠,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아르코 창작들이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어요. 우리가 다 아는 이태리 손죠노 출판사 공모에 나가 일약 세계적인 작곡가가 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그 대표적입니다. 창작은 유연하고 소통이 자유스러워야 해요. 작품이 관록에 의해 나올 수도 있고, 관록이 語法(어법)에 묶여 진부할 수도 있지요. 결코 쉽지는 않지만 최종 판단은 예술감독이나 진행자가 어떤 안목을 가졌느냐에 따라 작품의 승패가 엇갈립니다. 그런 용기와 소신이 없다면 공무원표 작품만 내 놓다가 마는 것이죠.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도 정은숙 단장이 작곡가들의 자료를 취합해서 혼자서 결정내려 대표 레퍼토리로 만든 것 아닙니까.

임: 말씀 하신대로 창작이 고조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최근 부임한 단체장들도 창작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는 다짐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탁: 그렇지요. 코리안심포니 정치용 예술감독,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예술감독, 윤의중 지휘자, 서울시합창단 강기성 지휘자 모두 창작마인드가 좋은 분들이니 시너지효과를 기대합니다. 창작은 스스로가 그 필요성을 느끼는 단계가 옵니다. 세상 구경 다하고 오면 그래도 우리나라가 좋다, 우리 것이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체험이 부족하거나 연륜이 없으면 우리 것이 눈에 안들어오지 않습니까. 우선 자기가 배운 보따리 풀어 놓느라 정신이 없죠, 또 빨리 인정도 받고 싶고. 우리 것 하려면 해보지 않은 것이어서 시간내어 공부해야 하니까 쉽지 않은 일이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문화 본질, DNA 같은 것이 속에서 꿈틀거리면서 맛도 알고,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키워드를 만들 수 있어야 대중을 설득하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임: 안목을 말씀하셨는데 대본가로서, 평론가로서 작품 성향을 어떻게 분석합니까.

탁: 부동산 업자가 땅을 보는 것에 능통한 것은 평생 땅만 보고 다니니까 그렇죠. 각 분야에서 평생하면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는 겁니다. 작곡가의 성향을 하나만을 보지 않고 기악, 성악, 오케스트라 등 전방위로 보면 이 작곡가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소위 見積(견적)(ㅎㅎ~)이 나옵니다. 다음에 대중성과의 조화, 큰 작품을 올린 결과물이 있으면 살펴도 보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간과하고 여러 사람들이 심사비받기 위해 와서 잠깐 작품을 고른다면, 그렇게 해서 작품이 나온 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지금 궁색할까요.

 선수와 선수가 만나 작업하는 유연성과 자유스러움

임: 우효원 작곡가와 오병희 작곡가는 잘 아시는 분이었나요.

탁: 우 작곡가는 잘 알고 있는 분이죠. 몇 해 전에 크레오(CREO) 작품을 예술의전당에서 듣고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는데 그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기립박수를 받지 않습니까. 이번엔 제가 우작곡가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죠. (ㅎㅎ). 전임작곡가로 부임해한 한 달 만에 작품을 완성해 3.1절 날 올려야 한다는 거에요. 오병희 작곡가는 잘 몰랐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 대화가 잘 풀려서 호흡이 척척 아주 잘 맞았습니다.

임: 작곡가를 힘들 게 하는 것과 즐겁게 하는 것의 차이가 뭣입니까.

탁: 좋은 대본은 바로 대본 안에 음악이 있음을 말합니다. 이걸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죠. 대본의 음악성을 체크하는 방법은 그 작가가 음악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렸어요. 오페라가 체내화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리아를 만들 수 있겠어요. 이번 달의 춤에서 幻影(환영) 악장은 ‘불과 불, 불과 불이 싸운다’ 이런 가사로 시작해요. 이는 반전을 시도하려한 것입니다. 가사가 음악의 형태를 결정지어 버리는 것이죠. 긴박감, 갈등. 혁명같이 치고 나가는 힘을 요구한 가사인데 우효원 작곡가가 독특한 맛이 나는 캐릭터의 음악을 만들어서 큰 박수를 받았죠.

오병희 작곡가의 ‘고난의 강을 건너라’는 레퀴엠을 생각하고 만든 것으로 남성합창입니다. 그러니까 가사에서 색채감과 음악의 성격을 모두 녹여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곡이 술술 풀리고 영감을 주게 되죠, 한 달 만에 작품이 탄생한 것 역시 이런 원인입니다. 아무리 시간을 많이 주어도 안나올 것은 안나옵니다. 공동심사가 코끼리 장님 만지기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예술감독이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런 결정권의 카리스마로 작품을 진행해야 하는 겁니다. 안그러면 그 자리에 공무원이 앉아야죠,

우리 창작 K- 클래식 브랜드 달고 문화 시장 석권할 것

임: K- 클래식으로 화두를 던지고,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탁: 수출 전략을 세워가고 있는데 작품이 없다면 공허하죠. '송 오브 아리랑'이 스페인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등으로, 또 한강 칸타타가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곳곳에서 공연되어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공공기관들이 관행과 율법에 묶여 그들도 고통을 받고 있고 일하는게 즐겁지 않은 것 같아요. 예술가는 가난해도 예술적 희열과 작품이 주는 자긍심으로 사는 것이거든요. 좋은 리더란 조직을 변화로 이끌어 내야합니다. 예술의 감화력으로 말입니다.

임: 올해 오페라 70년사를 정리하는 등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셨는데요, 우리 창작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탁: 오페라 70년사 중 창작을 정리하면서 그간의 창작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까 결국 공공에서 예산을 따서 하는 역사 인물 오페라가 일회성이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합니다.

임: 카메라타, 아카데미 등 창작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젊은 작곡가들도 의욕이 대단한 것 같은데요.

탁: 대학 커리큘럼에 없는 것을 세종 까메라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 작업이 왕성해진 것은 분명 희망이죠, 계속 경험을 축적해 가면 분명이 터지는 날이 올 겁니다. 정식 무대는 아니어도 실험 무대를 계속 주어야 합니다. 창작 전용의 소극장이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임: 외국인들이 우리 작품을 소화하는 것을 넘어 우리 작품에 주역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창작에 토론하는 탁계석 대본가, 옆 오병희 작곡가, 건너켠 우효원 작곡가

 삼고초려 위촉제와 공모 병행되어야 성과

탁: 이상할 것 하나도 없죠. 우리가 이태리 말, 러시아 말, 프랑스 말 솔직히 뜻도 잘 모르면서 외워서 하는 경우도 얼마든 있듯이 그들도 우리말 해서 뭔가 얻는 게 있다면 백번할 겁니다. 한국이 정치적으론 그렇지만 예술적으로나 위상이 예전과 확 달라졌잖아요.

임: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쓸 것인지요.

탁: 세계에 내놓을 작품들을 이 자리에선 말할 수는 없고요. (웃음). 이미 대본 써놓고 때를 기다리는 작품도 있어요. 늦어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고, 좋은 작품은 언제라도 빛을 본다는 자기 믿음이 중요하죠. 좋은 작가를 찾아나서는 三顧草廬(삼고초려)형 창작시대가 와야 하고, 작가가 작품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면 분명 좋은 작품 나오게 되죠. 지금은 좋은 작품의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게 기둥이 되고 모델이 되면서 공모를 통해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정책의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에베레스트 산에 케이블카가 없어야 오를 수 있는 희망인 것과 같죠, 이번 ‘한국의 혼’에 열정을 밭친 작곡가와 윤의중 지휘자, 단원들, 스텝 모두에게 이 기회를 빌어서 노고에 감사를 전합니다.
 

사진: 국립합창단 제공

임규태 기자 cenews1@daum.net/웰빙코리아뉴스(www.wbk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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